보도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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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한센인 아픔 노래한 詩, 울려퍼지다

여성작곡가 12명이 곡 쓰고 연주자들이 동참해 자선공연
"격리돼 사는 그들의 고통… 예술로 보듬어주고 싶었다"


 


 


 

 

 

 

1일 저녁 서울 성공회에서 한센인들을 위한 자선 공연을 가진 여성 작곡가들과 연주자들. 한센인의


아픔을 노래한 시 11편에 새로 곡을 붙여 공연했다. /이명원 기자 mwlee@chosun.com


 
"가도 가도 붉은 황톳길/숨막히는 더위뿐이더라/낯선 친구 만나면/우리들 문둥이끼리 반갑다."(한하운 '전라도 길')


 


박은정씨의 피아노 반주를 시작으로 바리톤 차성일씨가 부르는 한하운의 시 '전라도 길-소록도로 가는 길에'가 울려퍼졌다. 작곡가 임연진씨가 그 시에 곡을 붙여 만든 노래다. 1일 저녁 서울 정동 성공회 대성당을 메운 관중 400여명이 귀를 기울였다. 임씨는 "뙤약볕이 내리쬐는 먼 길을 절뚝거리며 걸어가는 한센인 모습을 생각하면서 끝이 없을 것 같은 길을 가야만 하는 비장만 마음을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공연은 한국여성작곡가회가 한센인들을 위해 '한센인과 함께하는 아름다운 동행'이라는 이름으로 마련했다. 임씨 외에 이남림, 김영경, 김은진 등 작곡가 12명이 한센병을 앓았던 한하운 시인의 시 11편에 곡을 붙여 가곡과 독주곡 등 기악곡을 만들었다. 전유진 소프라노와 계봉원 테너, 그리고 연주곡을 위해선 카리엔 현대음악 앙상블이 나섰다. 수익금은 전액 한센인 관련 기관에 기부한다.

 

이 연주회는 이상인 한국여성작곡가회장이 지난 7월 조선일보에서 '한센인 마음의 상처 보듬은 붓 한 자루'라는 기사를 본 것이 계기가 됐다. 작곡 자체에만 매달려온 틀에서 벗어나 무언가 사회와 이웃에 기여할 일은 없을까 생각하던 터다. 그는 "처음에는 한센인들이 쓴 시를 음악으로 만들어 연주회를 하고 싶었다"며 "그런데 적당한 시를 찾기가 쉽지 않아 한하운 시인의 시를 갖고 음악으로 만들었다"고 했다.

 


"한센인들은 격리돼 살잖아요. 그분들도 예술적 소양과 감흥이 있을 텐데 제대로 즐기기 어려울 것 같아서요. 그분들의 육체적·정신적 아픔과 고통을 예술로 조명해 보고 싶었어요."


 

이런 취지를 얘기하자 한국여성작곡가회 작곡가들과 적잖은 연주자가 동참하겠다고 나섰다. 작곡가들은 어려운 현대 음악에서 벗어나 한센인과 일반인이 이해하기 쉬운 곡을 만들어주었다. 기악곡은 시에서 받은 영감을 활용했다고 한다. 오보에 연주자 최윤영씨는 "내 연주로 한센인들을 도울 수 있어 출연료를 거의 받지 않고 연주하기로 했다"고 했다. 이날 연주회는 CD에 담겨 소록도와 라자로병원 등에 보내진다.



"수익금이 많은 건 아니에요. 우리 모임과 주변에서 십시일반 돈을 보태 기부액을 늘려야죠. 한센인들이 예술을 좀 더 다양하고 풍부하게 즐길 수 있도록 문화 단체에 전달할 겁니다." 이상인 회장은 "내년에는 한센인과 여성 재소자를 위한 합창곡을 써 공연할 생각"이라며 "되도록 한센인들이 사는 소록도를 찾아가 공연하고 싶다"고 했다.



한국여성작곡가회는 1981년에 창단, 올해로 30년을 맞았다. 현재 회원이 300여명이며 주로 현대음악을 만들어 한 해 두 차례 정도 정기 연주회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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